국내 포스트록과 일렉트로닉, 록 음악으로 구성된 컴필레이션 바이닐 [Vanishing Air]
로로스/ 3호선 버터플라이/ 이이언/ 이상의날개/ 장수현/ 파울로시티/ 팎/ 해일/ 해파리소년의 명곡들을
Abbey Road Studios에서 Half Speed Mastering으로 커팅 제작한 한정반 바이닐!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밴드의 곡들이 대거 수록된 <Vanishing Air>는 수록곡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주파수의 확장과 왜곡되지 않은 선명하고 정교한 사운드를 위해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리마스터링과 하프 스피드 마스터링 기법으로 커팅 제작을 한 LP이다. 이 모든 작업은 최근 Universal Music 을 통해 발매되고 있는 비틀즈 50주년 기념반, 퀸, 에이미 와인하우스, 아바, 마빈 게이 등의 음반 리마스터링과 하프 스피드 마스터링 기법으로 고음질의 LP 명반을 탄생시켜 오고 있는 Miles Showell이 마스터링과 커팅을 도맡아 하며 독일에서 프레싱 하며 완성도를 높인 음반이다.
TRACK LIST
SIDE A
01 해파리소년 - 숨
02 이상의날개 - 향
03 로로스 - U
04 파울로시티 - 1
SIDE B
05 이이언 - Bulletproof
06 3호선 버터플라이 -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07 장수현 - The Air
08 해일 - 소실점
09 팎 - 분진
CREDIT
Executive Produced by 무선지
Head Organized by 정한나
Half Speed Mastered & Lacquer Cut by Miles Showell at Abbey Road Studios, U.K
Pressed by Optimal Media, Germany
Liner Note by 서정민갑
Artwork by 최재훈
Design by 안초비
공기가 희박해진다는 건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만 느끼는 증상은 아닐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해발 3,0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갈 일이 얼마나 있을까. 문득 잠수함에서 토끼를 키운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잠수함 안의 산소가 부족해지면 토끼는 사람보다 먼저 숨을 헐떡거린다 한다. 그때가 바로 산소를 보충할 시간. 광부들이 탄광에 들어갈 때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카나리아의 상태를 보고 위험을 감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술가를 잠수함의 토끼, 혹은 탄광의 카나리아로 비유하곤 한다. 섬세한 영혼으로 사회의 억압과 불편을 먼저 알아차리고 켁켁대는 역할. 혹은 자신의 죽음으로 닥쳐오는 죽음을 경고하는 존재. 그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며 존재 이유라고 여긴 것이다. 한국의 포스트록 음악을 가려 뽑은 컴필레이션 바이닐 음반의 제목이 [Vanishing Air]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포스트록 음악이 희박해지는 공기처럼 시시각각 다가오는 삶의 위험을 측정하고 예견하는 음악이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지금 우리의 삶에 공기가 희박해지고 있다는 경고일까.
나이가 많건 적건, 가진 게 많건 적건 요즈음의 삶에서 막막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판데믹 때문만은 아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 어제 알던 것은 오늘 의미가 없다. 계속 새로운 세상을 따라가야 한다. 잠시도 쉴 수 없다. 하지만 세상은 조금이라도 다른 존재를 좀처럼 배려하지 않는다. 나이가 다르거나 성별이 다르기만 해도 대우가 달라진다. 자신의 존재를 지키거나 드러내는 일만으로 숨이 막힐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이유로 등이 휠 것처럼 버거운 삶을 짊어지느라 숨이 가쁘다.
다행히 음악은 곤란을 드러내는 구조요청이 될 수 있다. 다른 이들의 신호를 감지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음악 덕분에 위로 받고 음악 덕분에 버티는 경험이 쌓일 때, 음악은 산소마스크처럼 특별해진다. 어떤 음악이 더 좋은 마스크인지 물을 필요가 있을까. 제각각 잘 맞는 마스크가 다를 뿐이다. 하지만 포스트록을 들어왔던 이들이라면 포스트록이 자신을 살게 했다고 말할지 모른다. 포스트록 특유의 간절함과 절박함 때문이다. 대개의 포스트록 음악에는 평화로움이 없다. 금세 채워지고 휘발되는 육체의 쾌락과 즐거움 역시 없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설렘을 노래하는 포스트록 음악을 들어본 일이 있는가. 어쩌면 포스트록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과 포스트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탐미적 비관주의자일지 모른다. 많은 포스트록 음악들은 간절하게 외치고 장렬하게 산화한다. 5분 내외의 노래와 연주가 펼치는 포스트록 음악의 드라마를 따라가다 보면 감정은 한없이 고양된다. 희로애락의 일방적 분출이 아니다. 포스트록은 벼랑 끝에 내몰린 누군가가 온힘을 다해 아름다움을 쌓아가며 올린 정교한 건축이며, 공들여 쌓은 건축물을 단숨에 불 질러 버리는 단호하고 찬란한 방화이다. 많은 음악팬들이 숨죽여 포스트록 음악을 듣다가 함께 타오르는 이유이며, 숭고미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압도당하면서 위로받는 이유이다.
포스트록 음악은 특정한 정서와 패턴을 반복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포스트록 음악은 늘상 상처 받은 이들, 숨 막힘을 느끼는 이들의 편에 서 있다. 포스트록 음악은 그들의 편에서 시련에 공감하고 진지한 정공법으로 증언하는 음악이다. 끝까지 항변하는 음악이며 결단코 물러서지 않는 음악이다. 포스트록 음악들은 대개 아무런 미련도 남겨두지 않는다. 차라리 남김없이 소멸하며 무한과 영원이 되어버리는 음악. 그러다보니 허무주의에 이르기도 하는 인간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하지만 음반에 가려 담은 9곡의 음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길게는 9년, 짧게는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바이닐 음반으로 다시 듣는 노래들은 그 음악을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인도하기 마련이다. 그 음악이 흐르던 풍경으로 초대하기 마련이다. 어떤 밴드는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다. 멤버들 중 누군가는 한국을 떠났고, 그들의 라이브 공연을 보았던 클럽도 이제 없다. 온라인 스트리밍과 유튜브로 음악을 쉽게 재생할 수 있지만, 음악이 담겨 있던 시디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함께 음악을 들었던 이들의 근황 또한 묘연하다. 그래서 이 음반은 무수한 옛 이야기로 돌아가는 타임 워프의 초대장이거나 현재로 복귀하는 티켓처럼 다가온다.
그런데 제각각 다른 시간에 발표한 밴드의 음악들이 한 장의 음반에 담기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서로 다른 곡들이 들은 적 없던 순서로 연결되면서 생경한 흐름이 빚어진다. 9곡의 노래들은 앞의 이야기를 이어받거나 단절하면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내민다. 바이닐 음반으로 들어야 할 또 다른 이유이다. 이 곡들은 포스트록의 역사를 계승하면서 끊임없이 위반을 도모하고 균열을 일으킨다.
해파리소년이 2020년에 발표한 음반 [2.5]의 타이틀곡인 <숨>은 건반과 프로그래밍한 사운드로 고요한 파장을 던진다. 투명한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곡은 일렉트릭 기타 중심의 밴드 사운드로 빚은 포스트록에 익숙한 이들에게 다른 세계를 가리킨다.
<향>은 이상의날개가 2017년에 발표한 곡인데,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다. 8분에 달하는 긴 곡은 느리고 유려한 호흡으로 점층적인 서사를 구축한다. 나아가 ‘우리 곁을 떠나간 그 소중한 사람들 모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곡’이 되기를 바라는 곡은 선 굵은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교차시키며 위로와 추념의 마음을 담다가 노래를 통해 분출한다. 언제 어떻게 비상할지 숨죽이며 듣던 음악이 중반부조차 지난 뒤에야 천상의 노래 같은 목소리를 퍼트릴 때, 살아있는 이들과 떠나간 이들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평화와 안식에 이른다.
로로스의 2014년 정규 음반 [W.A.N.D.Y]의 타이틀곡인 <U>는 “살포시 안아준 그 품을 기억해 / 긴 시간 밝혀준 그 빛을 간직해”라는 노랫말로 고마움을 대신하지만, 음악은 노래보다 길고 격정적이다. 6분이 넘는 곡은 예의 느리고 처연한 걸음으로 시작하다가 별빛처럼 찬란해진다. 영롱하고 강렬한 사운드의 파장이 밀려올 때 음악은 아련한 그리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와의 교감을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일체감을 만드는 음악은 밴드의 사운드와 스트링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집요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차근차근 고양시킨 감각의 파노라마를 몇 번이고 다시 박차고 올라가는 음악을 들으면 음악의 안과 밖을 나누지 못한다. 음악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험 또한 포스트록 음악의 선물이다.
네 번째 곡 <1>은 파울로시티가 2017년 발표한 EP [YELLOW]의 수록곡이다. <향>과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의 절망을 담은 곡은 물속에 갇혀버린 전파처럼 퍼지는 연주와 밖에서 지켜보아야 했던 이들의 절망처럼 격렬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대비시켜 기록한다. 끝내 구하지 못했던 목숨 앞에서 무너져버린 마음만큼 암담한 결말은 여전히 먹먹하다.
반면 이이언이 2012년에 발표한 음반 [Guilt-Free]의 타이틀곡이자 첫 번째 수록곡이었던 <Bulletproof>는 삐걱거리며 이어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우울함을 주사하듯 깊숙이 찌른다.
3호선버터플라이가 2012년에 발표한 음반 [Dreamtalk]의 수록곡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에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이 노래는 역사가 될 것이다. 성공과 실패와 좌절과 영광이 교차하며 만들어온 한국대중음악사에서 어떤 노래는 노래의 힘으로 끝까지 살아남는다. 이 노래를 몰랐던 이들은 우리에게 이런 노래가 있었다고 놀라워할 것이며, 이 노래를 기억하는 이들은 “너에게 침을 뱉고 싶어지는 이 기분”이라는 가사를 들을 때마다 사랑과 미움의 거리를 잴 수 없다고 한숨 쉴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노래, 이런 밴드가 있었다고 빙그레 웃기도 할 것이다. 오직 감동만 가능한 절창.
만약 이 격렬한 토로 뒤에 장수현의 <The Air>가 이어지지 않았다면 음반을 계속 듣기엔 숨 가쁘지 않았을까. 모두의 마음에 들 필요가 없다는 모스부호로 시작하는 곡은 2019년에 발표한 정규 음반 [Inscape]의 수록곡이다. 부드럽고 풍성한 현악기 연주로 사로잡는 곡은 음반의 전반부와는 다른 사운드 스케이프를 이어간다. 신비와 격정을 아우르는 연주는 온통 얼음뿐인 공간의 대기 속에서도 식힐 수 없는 열망을 발산하는 것만 같다.
음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실점>은 밴드 해일이 2015년에 발표한 정규 음반 [세계관(世界觀)]의 마지막 곡이다. 노래 없이 이어지는 6분 48초의 곡은 곡 안에서 만나는 소리들이 중심을 만들고 이합집산하는 과정을 펼쳐 보인다. 전형적으로 분출하지 않는 곡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어지면서 아련한 멜로디의 매력을 들려주는데 최선을 다한다. 마지막 곡은 팎(PAKK)이 맡아 마무리한다. 2017년에 발표한 음반 [곡소리]에서도 마지막 곡이었던 <분진>은 <숨>으로 시작한 음반을 에필로그처럼 짧고 담담하게 정리한다.
음반의 곡들은 다양한 어법으로 말한다. 다른 속도와 빛깔로 피어나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은 불붙고 꺼지고 고요해진다. 음악이 끝난 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살아간다. 음악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삶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언제이고 다시 이 음악들을 꺼내 듣게 될 것이다. 숨이 차올 때 호흡하게 하고, 격정이 소진되었을 때 불을 붙여줄 음반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라이너노트中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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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지 http://www.moosunji.com/Vinyl/?idx=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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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백한 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 요청 시에는 불량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및 동영상과 재생기기 모델명을 첨부하여 moosunjibek@gmail.com으로 문의 바랍니다.
2) LP는 잦은 배송 과정에서 재킷에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재판매가 어려우므로 오구매, 변심으로 인한 반품은 어렵습니다. 신중한 구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국내 포스트록과 일렉트로닉, 록 음악으로 구성된 컴필레이션 바이닐 [Vanishing Air]
로로스/ 3호선 버터플라이/ 이이언/ 이상의날개/ 장수현/ 파울로시티/ 팎/ 해일/ 해파리소년의 명곡들을
Abbey Road Studios에서 Half Speed Mastering으로 커팅 제작한 한정반 바이닐!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밴드의 곡들이 대거 수록된 <Vanishing Air>는 수록곡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주파수의 확장과 왜곡되지 않은 선명하고 정교한 사운드를 위해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리마스터링과 하프 스피드 마스터링 기법으로 커팅 제작을 한 LP이다. 이 모든 작업은 최근 Universal Music 을 통해 발매되고 있는 비틀즈 50주년 기념반, 퀸, 에이미 와인하우스, 아바, 마빈 게이 등의 음반 리마스터링과 하프 스피드 마스터링 기법으로 고음질의 LP 명반을 탄생시켜 오고 있는 Miles Showell이 마스터링과 커팅을 도맡아 하며 독일에서 프레싱 하며 완성도를 높인 음반이다.
TRACK LIST
SIDE A
01 해파리소년 - 숨
02 이상의날개 - 향
03 로로스 - U
04 파울로시티 - 1
SIDE B
05 이이언 - Bulletproof
06 3호선 버터플라이 -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07 장수현 - The Air
08 해일 - 소실점
09 팎 - 분진
CREDIT
Executive Produced by 무선지
Head Organized by 정한나
Half Speed Mastered & Lacquer Cut by Miles Showell at Abbey Road Studios, U.K
Pressed by Optimal Media, Germany
Liner Note by 서정민갑
Artwork by 최재훈
Design by 안초비
공기가 희박해진다는 건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만 느끼는 증상은 아닐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해발 3,0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갈 일이 얼마나 있을까. 문득 잠수함에서 토끼를 키운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잠수함 안의 산소가 부족해지면 토끼는 사람보다 먼저 숨을 헐떡거린다 한다. 그때가 바로 산소를 보충할 시간. 광부들이 탄광에 들어갈 때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카나리아의 상태를 보고 위험을 감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술가를 잠수함의 토끼, 혹은 탄광의 카나리아로 비유하곤 한다. 섬세한 영혼으로 사회의 억압과 불편을 먼저 알아차리고 켁켁대는 역할. 혹은 자신의 죽음으로 닥쳐오는 죽음을 경고하는 존재. 그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며 존재 이유라고 여긴 것이다. 한국의 포스트록 음악을 가려 뽑은 컴필레이션 바이닐 음반의 제목이 [Vanishing Air]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포스트록 음악이 희박해지는 공기처럼 시시각각 다가오는 삶의 위험을 측정하고 예견하는 음악이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지금 우리의 삶에 공기가 희박해지고 있다는 경고일까.
나이가 많건 적건, 가진 게 많건 적건 요즈음의 삶에서 막막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판데믹 때문만은 아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 어제 알던 것은 오늘 의미가 없다. 계속 새로운 세상을 따라가야 한다. 잠시도 쉴 수 없다. 하지만 세상은 조금이라도 다른 존재를 좀처럼 배려하지 않는다. 나이가 다르거나 성별이 다르기만 해도 대우가 달라진다. 자신의 존재를 지키거나 드러내는 일만으로 숨이 막힐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이유로 등이 휠 것처럼 버거운 삶을 짊어지느라 숨이 가쁘다.
다행히 음악은 곤란을 드러내는 구조요청이 될 수 있다. 다른 이들의 신호를 감지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음악 덕분에 위로 받고 음악 덕분에 버티는 경험이 쌓일 때, 음악은 산소마스크처럼 특별해진다. 어떤 음악이 더 좋은 마스크인지 물을 필요가 있을까. 제각각 잘 맞는 마스크가 다를 뿐이다. 하지만 포스트록을 들어왔던 이들이라면 포스트록이 자신을 살게 했다고 말할지 모른다. 포스트록 특유의 간절함과 절박함 때문이다. 대개의 포스트록 음악에는 평화로움이 없다. 금세 채워지고 휘발되는 육체의 쾌락과 즐거움 역시 없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설렘을 노래하는 포스트록 음악을 들어본 일이 있는가. 어쩌면 포스트록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과 포스트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탐미적 비관주의자일지 모른다. 많은 포스트록 음악들은 간절하게 외치고 장렬하게 산화한다. 5분 내외의 노래와 연주가 펼치는 포스트록 음악의 드라마를 따라가다 보면 감정은 한없이 고양된다. 희로애락의 일방적 분출이 아니다. 포스트록은 벼랑 끝에 내몰린 누군가가 온힘을 다해 아름다움을 쌓아가며 올린 정교한 건축이며, 공들여 쌓은 건축물을 단숨에 불 질러 버리는 단호하고 찬란한 방화이다. 많은 음악팬들이 숨죽여 포스트록 음악을 듣다가 함께 타오르는 이유이며, 숭고미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압도당하면서 위로받는 이유이다.
포스트록 음악은 특정한 정서와 패턴을 반복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포스트록 음악은 늘상 상처 받은 이들, 숨 막힘을 느끼는 이들의 편에 서 있다. 포스트록 음악은 그들의 편에서 시련에 공감하고 진지한 정공법으로 증언하는 음악이다. 끝까지 항변하는 음악이며 결단코 물러서지 않는 음악이다. 포스트록 음악들은 대개 아무런 미련도 남겨두지 않는다. 차라리 남김없이 소멸하며 무한과 영원이 되어버리는 음악. 그러다보니 허무주의에 이르기도 하는 인간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하지만 음반에 가려 담은 9곡의 음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길게는 9년, 짧게는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바이닐 음반으로 다시 듣는 노래들은 그 음악을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인도하기 마련이다. 그 음악이 흐르던 풍경으로 초대하기 마련이다. 어떤 밴드는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다. 멤버들 중 누군가는 한국을 떠났고, 그들의 라이브 공연을 보았던 클럽도 이제 없다. 온라인 스트리밍과 유튜브로 음악을 쉽게 재생할 수 있지만, 음악이 담겨 있던 시디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함께 음악을 들었던 이들의 근황 또한 묘연하다. 그래서 이 음반은 무수한 옛 이야기로 돌아가는 타임 워프의 초대장이거나 현재로 복귀하는 티켓처럼 다가온다.
그런데 제각각 다른 시간에 발표한 밴드의 음악들이 한 장의 음반에 담기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서로 다른 곡들이 들은 적 없던 순서로 연결되면서 생경한 흐름이 빚어진다. 9곡의 노래들은 앞의 이야기를 이어받거나 단절하면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내민다. 바이닐 음반으로 들어야 할 또 다른 이유이다. 이 곡들은 포스트록의 역사를 계승하면서 끊임없이 위반을 도모하고 균열을 일으킨다.
해파리소년이 2020년에 발표한 음반 [2.5]의 타이틀곡인 <숨>은 건반과 프로그래밍한 사운드로 고요한 파장을 던진다. 투명한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곡은 일렉트릭 기타 중심의 밴드 사운드로 빚은 포스트록에 익숙한 이들에게 다른 세계를 가리킨다.
<향>은 이상의날개가 2017년에 발표한 곡인데,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다. 8분에 달하는 긴 곡은 느리고 유려한 호흡으로 점층적인 서사를 구축한다. 나아가 ‘우리 곁을 떠나간 그 소중한 사람들 모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곡’이 되기를 바라는 곡은 선 굵은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교차시키며 위로와 추념의 마음을 담다가 노래를 통해 분출한다. 언제 어떻게 비상할지 숨죽이며 듣던 음악이 중반부조차 지난 뒤에야 천상의 노래 같은 목소리를 퍼트릴 때, 살아있는 이들과 떠나간 이들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평화와 안식에 이른다.
로로스의 2014년 정규 음반 [W.A.N.D.Y]의 타이틀곡인 <U>는 “살포시 안아준 그 품을 기억해 / 긴 시간 밝혀준 그 빛을 간직해”라는 노랫말로 고마움을 대신하지만, 음악은 노래보다 길고 격정적이다. 6분이 넘는 곡은 예의 느리고 처연한 걸음으로 시작하다가 별빛처럼 찬란해진다. 영롱하고 강렬한 사운드의 파장이 밀려올 때 음악은 아련한 그리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와의 교감을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일체감을 만드는 음악은 밴드의 사운드와 스트링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집요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차근차근 고양시킨 감각의 파노라마를 몇 번이고 다시 박차고 올라가는 음악을 들으면 음악의 안과 밖을 나누지 못한다. 음악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험 또한 포스트록 음악의 선물이다.
네 번째 곡 <1>은 파울로시티가 2017년 발표한 EP [YELLOW]의 수록곡이다. <향>과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의 절망을 담은 곡은 물속에 갇혀버린 전파처럼 퍼지는 연주와 밖에서 지켜보아야 했던 이들의 절망처럼 격렬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대비시켜 기록한다. 끝내 구하지 못했던 목숨 앞에서 무너져버린 마음만큼 암담한 결말은 여전히 먹먹하다.
반면 이이언이 2012년에 발표한 음반 [Guilt-Free]의 타이틀곡이자 첫 번째 수록곡이었던 <Bulletproof>는 삐걱거리며 이어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우울함을 주사하듯 깊숙이 찌른다.
3호선버터플라이가 2012년에 발표한 음반 [Dreamtalk]의 수록곡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에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이 노래는 역사가 될 것이다. 성공과 실패와 좌절과 영광이 교차하며 만들어온 한국대중음악사에서 어떤 노래는 노래의 힘으로 끝까지 살아남는다. 이 노래를 몰랐던 이들은 우리에게 이런 노래가 있었다고 놀라워할 것이며, 이 노래를 기억하는 이들은 “너에게 침을 뱉고 싶어지는 이 기분”이라는 가사를 들을 때마다 사랑과 미움의 거리를 잴 수 없다고 한숨 쉴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노래, 이런 밴드가 있었다고 빙그레 웃기도 할 것이다. 오직 감동만 가능한 절창.
만약 이 격렬한 토로 뒤에 장수현의 <The Air>가 이어지지 않았다면 음반을 계속 듣기엔 숨 가쁘지 않았을까. 모두의 마음에 들 필요가 없다는 모스부호로 시작하는 곡은 2019년에 발표한 정규 음반 [Inscape]의 수록곡이다. 부드럽고 풍성한 현악기 연주로 사로잡는 곡은 음반의 전반부와는 다른 사운드 스케이프를 이어간다. 신비와 격정을 아우르는 연주는 온통 얼음뿐인 공간의 대기 속에서도 식힐 수 없는 열망을 발산하는 것만 같다.
음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실점>은 밴드 해일이 2015년에 발표한 정규 음반 [세계관(世界觀)]의 마지막 곡이다. 노래 없이 이어지는 6분 48초의 곡은 곡 안에서 만나는 소리들이 중심을 만들고 이합집산하는 과정을 펼쳐 보인다. 전형적으로 분출하지 않는 곡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어지면서 아련한 멜로디의 매력을 들려주는데 최선을 다한다. 마지막 곡은 팎(PAKK)이 맡아 마무리한다. 2017년에 발표한 음반 [곡소리]에서도 마지막 곡이었던 <분진>은 <숨>으로 시작한 음반을 에필로그처럼 짧고 담담하게 정리한다.
음반의 곡들은 다양한 어법으로 말한다. 다른 속도와 빛깔로 피어나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은 불붙고 꺼지고 고요해진다. 음악이 끝난 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살아간다. 음악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삶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언제이고 다시 이 음악들을 꺼내 듣게 될 것이다. 숨이 차올 때 호흡하게 하고, 격정이 소진되었을 때 불을 붙여줄 음반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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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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